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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재료의 섬세한 관능Exhibitions 2020.02.03 14:57
헬렌 파시지안, "무제", 1970 한 달 전, 안국동 레만 모핀 갤러리에 다녀왔다. 바로 헬렌 파시지안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굉장히 미니멀하고 섬세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다. 레만 모핀 갤러리, 《헬렌 파시지안 展》 전경 일부 헬렌 파시지안은 1960년대 미국의 "빛과 공간" 움직임의 주 일원이었지만,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그동안 미술계에서 괄시되어 온 작가였다. 심지어 같은 움직임의 제임스 터렐, 더그 휠러 같은 남성 작가들이 그녀와 그녀의 작업을 두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진보적인 미술계라고 해도 결국에는 같은 사회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헬렌 파시지안, "무제", 1991 제임스 터렐의 작업이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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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보안을 위한 아날로그적 대안Design 2020.01.18 20:47
피해망상적 인간들을 위한 보조기기 (2019) 며칠 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4일 동안 개최된 CES 2020이 막을 내렸다. 전 세계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온갖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이는 IT 페스티벌의 최강자이자 첨단 테크놀로지의 향연과도 같은 행사에서 현재까지 총 70만 종의 신제품 런칭이 발생했고, 그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 올해 17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들었다. 이런 기념비적인 행사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개개인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번 CES의 진정한 승자는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은 제품이다. 바로 아마존의 Alexa. 알렉사가 내장된 아마존 에코 플러스 2 알렉사와 같은 음성인지 AI 지원 기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이제 쉽게 볼 수 있지만, 이들의 침투력이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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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의미있는 순환, Ore StreamsDesign 2020.01.15 17:43
Studio Formafantasma, Cubicle, "Ore Streams." (2019) 인류의 생산을 충족할 자원을 위해 지구의 표면은 수천 년 간 헤집어져 왔다. 인류의 역사는 곧 금속의 역사이기도 하다: 청동은 인간에게 무기를 만들 힘을 부여했고, 금은 지역적, 국제적 무역을 활성화시켰다. 금속을 향한 인간의 탐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2080년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광물 자원은 더 이상 지표면 아래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대신 광물들은 건물, 건축 자재, 가전, 가구, 전자기기 등의 소비 제품을 통해 지상에서 순환되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폐기물 중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양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금과 은 등의 귀금속을 제외한 대략 70%의 폐기물은 개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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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꽃이 되다Technology 2020.01.13 17:09
2019 윔블던 챔피언쉽 웹페이지에서 발생한 해킹 이벤트 데이터 요즘 내 관심을 사로잡은 분야는 데이터 시각화다. 빅데이터와 AI가 점점 우리 삶에 개입하는 정도가 증가하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야만 하게 되었는데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데이터 시각화이기 때문. 하지만 지루한 막대 그래프와 원 그래프는 데이터를 우리 삶과 직결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틀에 박힌 데이터 시각화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데이터를 '경험'하게 돕는 시도가 점점 많아지는 흐름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Variable의 IBM Technology Garden 프로젝트. 2019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 노박 조코비치 vs. 로저 페더러 경기의 데이터 조금 의외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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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에 투자하는 방법 (ft. 이우환, 아트투게더)Art 2020.01.02 03:21
이우환, Relatum-Existence, 2014 00. (쓸데없이 길어진) 서두 - 투자하게 된 계기 요즘 내 취미 중 하나는 예술 작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내가 돈이 남아 도는 인간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은 아트북이나 판화 같은 저렴한 소규모 작품들에 관심 가지면서 소소하게 하나둘씩 모아가고 있다. Palefroi, Epidémie de danse II - Tango, 2016 이 위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내가 20대 중반에 구매한 것 중 처음으로 10만원이 넘어간 작품이다. Palefroi라는 베를린에 기반하던 작가 듀오의 실크스크린 프린트인데, 2017년(?) 여름 즈음 친한 독립서점 사장님께 소개를 받고 말 그대로 한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질러 버렸다. 그리고 이듬해 겨울, 언리미..